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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진보정당으로 살아남기

진정한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으로 재편되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

이계홍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07/28 [12:12]

한국에서 진보정당으로 살아남기

진정한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으로 재편되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

이계홍 칼럼니스트 | 입력 : 2018/07/28 [12:12]

 

▲ 이계홍 칼럼니스트

역사적으로 볼 때, 우익독재가 더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다. 히틀러가 그랬고, 무쏠리니가 그랬고, 프랑코가 그랬다. 칠레의 피노체트, 아르헨티나의 비델라, 짐바브웨의 무가베, 중앙아프리카의 보카사도 그랬다. 그리고 멀리 갈 것도 없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그랬다. 이들의 공통점은 반대자를 공산주의자로 몰았고, 영장없이(있더라도 형식적으로) 체포, 구금, 고문한 뒤 처참하게 죽이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철저하게 정적을 제거하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국민에겐 복종을 강요했다. 그리고 독재자 밑의 실천자들이 온갖 혜택과 이익을 챙겼다. 자리와 돈을 독점했다. 강권통치 논리를 개발해주는 협력자들이 더 잔혹한 측면이 있다. 독재의 아성이 무너지면 단물이 사라지고그들의 선택지가 사라지니 더 강권의 수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독재자가 국민에 의해 퇴출되거나 사라지면 이들이 맨먼저 변신하거나 도망가는 습성도 지녔다. 자신은 아니라고 자기논리를 개발해 피난처를 구축한다. 영혼이란 있을 수 없고, 이익이라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는 사람들이니 비열한 변신의 귀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독재는 이런 충성스런 테크노크라트들에 의해 강화된다. 그들이 가장 쉬운 먹잇감으로 진보정당을 타깃으로 삼는다. 세도 약하고 힘이 없으니 잡아 족치기가 가장 용이한 대상이다. 이런 마당이니 한국사회에서 가치정당이라는 진보정당이 설 자리가 있을 수 없다. 자칭 보수를 자랑하는 극우정권이 분단상황이라는 이름 아래 평화라는 말만 해도 경기를 일으키면서좌빨(좌경 빨갱이), 종북, 용공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국민은 그런 논리에 이미 세뇌돼 보수매체가 앵무새처럼 읊어주는대로 진보정당을 불온시하고, 이적시하고, 사회를 어지럽히는 불순분자로 낙인찍는다.

 

통진당의 이석기 사건을 보자. 그들은 사회적 불평불만분자들이다. 몰래 지하방에 숨어서 국가변란을 획책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현실화될 수 있는가. 각목을 들고 권총 몇자루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지향하는 적색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는가. 사회로부터 낙오되거나 도태된 자들이 헛된 망상을 꿈꾼 몽유병자의 허깨비춤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사회는 그런 불순분자 정도는 얼마든지 용해시킬 정도로 덩치가 커졌고, 힘도 있다. 북과 함께 적화통일힌다고? 우리 민주주의가 그렇게 허약한가? 그것들은 국민의 힘으로 당장에 제거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금방 나라가 거덜난 듯이 보수매체들이 연일 대서특필하고, 국가전복이나 되는 것처럼 요란을 떨었다.

 

반면에 최근 기무사령부가 작성했다는 계엄령 관련 문건이 폭로되었다. 이것이야말로 군부가 움직이고, 전차와 탱크가 움직이고, 사단 병력이 움직이고, 촛불집회 현장인 광화문 광장 접수, 국회의사당 접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체포 전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통진당의 그것과 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선포 플랜을 비교하면 어느 것이 더 위험한가. 어느 것이 국가반란 음모라고 할 수 있나. 이는 묻지 않아도 어린아이도 알 것이다.

 

자유당-공화당-민정당-민자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이어지는 전통 보수정당은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국정교고과서에 민주주의앞에 자유를 집어넣어야 한다고 한사코 우기고, 안넣으면 좌빨 종북이라고 몰아붙인다. 그토록 자유를 사랑하는 보수정당이 그러나 지나온 행태를 보면 가장 자유를 유린하고 능멸해왔다.

 

반대파를 잡아가두는 파쇼성과 국민기본권을 억압하고, 체포영장없이 체포, 구금, 고문하는가 하면, 체제비판자를 국기문란자, 사회혼란분자, 북의 사주를 받은 적색분자로 몰아붙였다. 탄압과 감시와 미행으로 정권을 유지해왔다. ‘자유는 그들만의 자유일 뿐, 국민에겐 굴종의 언어일 수밖에 없었다. 국내외 독재자의 통치 방식 그대로다.

 

이런 가운데 야당이 설 자리는 없었다. 민주당의 경우를 보자. 민주당의 정강정책을 보면 지금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런데 현재의 보수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민주당을 좌빨, 종북, 용공 따위 색깔론으로 몰아붙였다. 지난 6.13선거에서도 홍준표 대표가 예외없이 민주당을 종북 색깔론 프레임을 걸었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민주당이 이런 정도로 핍박을 받았다면 진보정당은 어땠을까. 거대권력의 횡포에 반신불수가 된 것을 지난 정치사를 통해 우리는 여실히 보았다. 그들은 신념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온갖 핍박과 탄압 속에 숨만 쉬고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왔다. 그들의 운동방향에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고립무원의 길을 걷도록 국민과 차단시킨 보수권력의 탄압정책이 있었다.

 

이런 그들에게 정치후원금이 제대로 들어갈 수 있었겠는가. 국민은 두렵고 무섭고, 감시받고, 미행당하는 기분이니 돕고 싶어도 돕지 못했을 것이다. 기존 언론 역시 뿔달린 괴물처럼 그들을 그려나가니 국민 접근은 기대난망이다. 그런 면에서 한글과 컴퓨터 이찬진 대표가 정의당에 공개적으로 정치자금을 대겠다는 발표는 신선하다. 젊은이이니까 가능하다고 보지만, 그만큼 우리 정치환경도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어쨌거나 후원금의 통로는 거대정당이 독점하고, 진보정당은 구성원들끼리 갹출해서 꾸려갔을 것이다. 지구당 운영, 운동원 지원 등 돈 많이 드는 선거를 치러야 하니 좌절의 역정만이 앞에 가로놓여 있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노회찬이 쓰러졌다. 생활진보정치의 기치를 내건 그는 완벽한 도덕주의 때문에 스스로 무너졌다. 험난한 진보의 길 30년의 도상에서 어찌어찌 여의도 정치에 입성했지만 작은 흠 하나로 넘어지고 말았다.

 

거대정당들은 진보정당을 절대선과 절대 도덕성의 기준을 따르라고 요구한다.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타락하고 부패했다고 몰아붙인다. 주력언론은 한 수 더 뜬다.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대로 깨끗하고 정의롭고 맑아야 한다면서 똑같이 부패했다고 더 준엄하게 패대기를 친다.반면에 엄청난 부정한 돈을 챙기는 거대정당 정치인에 대해선 관대하다.

 

함께 깨끗하고(公明), 함께 의롭고(公義), 함께 공정해야 하는 것은 거대정당 군소정당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잣대는 똑같아야 하고, 오히려 타락한 거대정당에 대해 더 가차없는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24~26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한국당과 정의당만 비교하면, 지지율이 각각 11%로 똑같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7222명에 통화를 시도해 1002명이 응답을 완료하면서 응답률은 14%. 자세한 사항은 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의석 비율이 112 6인데 지지율은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이 같은 수치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나. 정치를 보는 국민적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와 같은 정당지지 추세로 보면 정의당이 제1야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 노회찬 신드롬과 함께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앞서기 때문이다. 국민이 노회찬을 통해 진보의 새로운 가치를 알게 되었다. 강경 보수정권 시절이 아니란 점도 국민이 안심하고 진보정당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내분과 냉전 수구와 반칙과 특권, 친재벌 및 지역패권적 이미지를 벗지 않는다면 낙오될 수 있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내세우는 데 실패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을 개혁보수당으로 보고, 정의당을 진보야당으로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제1야당 교체 가능성을 점치는 정치분석가들도 있다. 자유한국당이 어떤 스탠스를 밟아야 할지는 그들이 더잘 알 것이다.

 

차제에 국민의 여망이 담기는 정치개혁이 단행되고, 정치자금법, 선거법을 대대적으로 손보기를 바란다. 군소정당에 절대불리한 정치자금법과 선거법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도 진정한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을 가질 때도 되었다. khlee0543@naver.com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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